중국 8월9일 진짜 큰게 오는걸까? 진짜 올수도 있지 않을까?

중국 권력 균형이 무너질 때 — ‘장을 사러 나간다’ 포스터와 공청단의 그림자

중국발 포스터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론 “장을 사러 나가자(打酱油)”라는 말장난인데, 속내는 다 안다. 정해진 시간에, 전국에서, 함께 밖으로 나오자는 신호다.

중국에서 이런 이미지가 며칠씩 버티며 돌아다닌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 나라의 인터넷 검열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고 촘촘하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꿔본다. “어떻게 이 포스터가 살아남았을까?”


포스터가 말하는 것, 숨기는 것

“우리는 모두 장을 사러 나간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8월 9일, 오후 6시–8시. 집을 나와 산책하고, 바람 쐬고, 장을 사자.

표면은 생활문구, 실제는 동시 행동 요청. 도시 목록은 중국 전역을 훑는다. 시위를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시위를 떠올리게 만드는 암호문이다. 검열의 칼끝을 비켜가려는 문법이다.


덩샤오핑이 만든 ‘방(派) 간 권력 순환’ — 30년을 지탱한 안전장치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대의 종신집권과 권력 독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1980년대 후반, 파벌 간 ‘순환 통치’라는 비공식 규칙을 만들었다. 한쪽이 10년 독점하면 반드시 다른 쪽이 다음 10년을 맡는 구조다.

주요 파벌의 구도

1. 태자당(太子党, Princelings)
혁명 원로·고위 간부 자녀 출신. 혈통과 네트워크로 권력을 잡는 계층.
대표: 시진핑, 보시라이, 왕치산, 덩푸팡
숙청 사건: 보시라이 사건(2012) — 살인 은폐·권력 찬탈 혐의로 종신형.
저우융캉 사건(2014) — 국가안전부·석유계 인맥 절단.

2. 공청단파(共青团派, Communist Youth League Faction)
청년 시절 공산주의청년단에서 성장한 행정·관리형 엘리트. 지방 행정 경험 풍부.
대표: 후진타오, 리커창, 후춘화, 리위안차오
숙청 사건: 리커창 퇴임 후 사망(2023) — 심장마비 발표, 정치적 제거설.
후춘화 실각(2022) — 차세대 지도자 경로 차단.
리위안차오 퇴출(2018) — 모든 직책 박탈.

3. 상하이방(上海帮, Shanghai Clique)
장쩌민 시절 상하이 시정과 경제 개혁에서 세력을 쌓은 기술·경제 관료 그룹.
대표: 장쩌민, 쩡칭홍, 한정, 우방궈
숙청 사건: 저우융캉 숙청(2014) — 상하이방·석유계 연결 절단.
쑤룽 사건(2015) — 금융권 인사 체포, 상하이 증시 폭락 책임론.


순환의 방식

덩샤오핑 이후 30년간 권력은 이렇게 돌았다.
1989~2002: 상하이방 중심(장쩌민)
2002~2012: 공청단파 중심(후진타오)
2012~2022: 태자당 중심(시진핑)

각 파벌은 “다음 순번”이 있다는 믿음 아래, 협력과 견제를 병행했다. 이게 중국판 ‘정권 교체’였고, 큰 정치 붕괴 없이 체제를 유지하게 만든 핵심 장치였다.


시진핑이 깨버린 판 — ‘포스트-파벌 정치’의 시작

하지만 시진핑 집권 이후, 이 순환 구조는 무너졌다.
- 집단지도체제 약화, 요직에 태자당과 개인 충성파 집중 배치
- 헌법 개정으로 주석 임기 제한 폐지 → 장기집권 가능 확보
- 반부패 캠페인으로 공청단·상하이방 핵심 인사 대거 숙청

결과적으로 다른 파벌은 ‘다음 기회’가 아니라 체제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됐다. 중국 정치학자들이 이 시기를 ‘포스트-파벌 정치(Post-factional politics)’라고 부르는 이유다. 완충재가 사라지니, 불만과 리스크가 한 곳에 집중된다.


포스터 배후에 공청단이 있다는 가설

중국 인터넷은 이미지까지 AI로 실시간 판독하고, 민감 단어가 있으면 수 초~수 분 내 삭제한다. 그런데도 전국판 포스터가 유통됐다?

나는 그 이유를 공청단 잔존 세력에서 찾는다.
- 시진핑 집권 후 권력과 예산을 빼앗긴 공청단은 충분한 동기가 있다.
- 여전히 플랫폼·검열 시스템 내부에 인맥이 남아 있다.
- 직접 제작이 아니라도, 검열 속도를 일부러 늦춰 확산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시진핑 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순간, 우리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8월 9일 시나리오

  • A. 조기 봉쇄 — 키워드·이미지 차단, 도심 사복경찰 투입
  • B. 플래시몹형 산책 — 구호 없이도 인원 규모가 뉴스
  • C. 통제 실패 — 일부 도시 충돌 → 연쇄 반응 → 고강도 체포·시범 처벌

중국이 곤란해지는 지점

  1. 정치 정당성 균열 — 순환 구조 붕괴 후, 체제는 효과와 공포에만 의존
  2. 경제 파급 — 도시 간 물류·상업 위축, 외자 보수화, 주변국 리스크 상승
  3. 정보통제의 역설 — 막을수록 비공식 네트워크 가치 상승

내가 보는 결론

이 포스터는 시위를 직접 조장한다기보다, 시위를 가능하게 하는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가 검열을 뚫고 퍼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 시진핑 체제로 굳어진 포스트-파벌 정치,
- 그리고 그 아래서 부글거리는 공청단의 잔존 영향력이 있다.

덩샤오핑이 만든 방 간 권력 순환의 안전장치가 사라진 지금, 사소한 불씨도 체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이번 포스터는 그 구조적 취약성과 파벌 간 은밀한 힘겨루기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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