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 쇼핑’은 과장일까, 숫자의 마술일까?
매달 월급 명세서에서 건강보험료가 떼어질 때마다 속이 쓰린 40대 가장으로서, 최근 발표된 '외국인 건보수지' 뉴스는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정부(보건복지부)와 언론은 "2024년 외국인 건보 재정이 사상 최대인 9,439억 원 흑자를 냈고, 심지어 '적자의 주범'으로 불리던 중국조차 55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며 자화자찬하기 바쁩니다. 겉보기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본 저는, 소름 돋는 **'통계의 마술'**을 목격했습니다.
한 줄 의혹: 공단의 "합계 불변, 국적 배분 수정" 주장은 중국발 적자분을 타국/‘기타’로 '밀어 넣었다'는 의혹만 키운다
한 줄 해석: 정정은 “합계 불변, 국적 배분 수정”이라는 설명. 즉 중국에서 변한 만큼은 타국/‘기타’로 이동했다는 뜻.1. 하룻밤 새 흑자로 둔갑한 적자: "이게 가능한가?"
문제의 발단은 2025년 3월, 건보공단의 기습적인 '수치 정정' 발표였습니다. 그들은 "산출 방식에 오류가 있었다"는 말 한마디로 과거의 성적표를 뜯어고쳤습니다. 그 결과는 가히 기적에 가깝습니다.
2020년: 239억 원 적자였던 것이 → 365억 원 흑자로 둔갑했습니다. (변동폭 604억 원)
2023년: 640억 원 적자였던 것이 → 27억 원 적자로 축소되었습니다. (변동폭 613억 원)
단 한 번의 정정으로 1,200억 원이 넘는 돈의 행방이 뒤바뀌었습니다. 공단은 "전체 합계는 같고, 국적별 배분만 수정했다"고 해명합니다. 즉, 중국의 적자를 다른 나라나 '기타' 항목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것이 단순한 '분류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숫자 마사지'**였을까요?
2. 96만 명이 고작 55억 흑자?… '무임승차' 의혹은 여전하다
2024년 성적표도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국적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압도적 다수(약 96만 명)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낸 흑자는 고작 55억 원입니다.
베트남: 1,203억 원 흑자
네팔: 1,097억 원 흑자
인원은 중국이 몇 배나 많은데, 기여도는 동남아 국가들의 20분의 1 수준입니다. 이는 중국인 가입자들의 급여 지출 패턴이 유독 기형적이거나, 자격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강력한 방증입니다. "흑자니까 괜찮다"고 퉁치기엔, 그 흑자의 질(Quality)이 너무나 초라합니다.
3. "말이 아니라 원시 데이터(Raw Data)를 까라"
저 같은 납부자들은 이제 정부의 "그랬다더라" 식의 해명을 믿을 수 없습니다. 1,200억 원이 춤을 춘 이 사태를 납득시키려면, 공단은 다음의 기술적 증빙을 내놓아야 합니다.
원시 데이터의 무결성: 정정 전후의 데이터베이스(DB) 총합과 해시(Hash) 값이 일치하는가?
변경 로그 공개: 국적 코드가 변경되었다면, '누가(Who)', '언제(When)', '무엇을(What)' 바꿨는지 시스템 로그가 남아있을 것이다. 대규모 조작의 흔적이 없는지 까봐야 한다.
SQL 검증: 공단이 돌렸다는 그 '오류 난 집계 코드'와 '수정된 코드'를 공개하라. 같은 원천 데이터에서 결과만 바뀐 과정을 IT 전문가들이 검증할 수 있게 하라.
(* sql(structured query language) 데이터베이스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조작하는데 사용하는 컴퓨터 언어. 흔히 데이터를 추출하고 집계하는데 쓰임.
ETL(extract,transform,load)데이터를 한 시스템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옮기는 일련의 과정. 추출, 변환,적재의 약자로, 원천 데이터를 보고서나 통계에 맞게 가공하는 작업.)총액 불변 증빙: 외국인 전체 부과·급여 총액이 정정 전/후 완전히 동일함을 수치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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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DR 대조: 정정 직전 백업본 vs 직후 원본 비교로 DB 레벨 변조 여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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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감리/감사: 감사원·국회·전문기관 보고 요약 공개.
4. 결론: 의심은 납부자의 권리다
물론 팩트체크 기사들 말처럼 "모든 중국인이 무임승차한다"는 주장은 과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 오류로 적자가 흑자가 되었다"**는 공단의 해명은 그보다 더 위험한 **'시스템의 불신'**을 낳았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왜 하필 중국 수치에서만 이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는가? 이것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거대한 규모를 이용한 은폐는 아니었는가?
공단과 정부에 요구합니다. '유령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의혹을 해소하고 싶다면, 엑셀 표 몇 장이 아니라 DB 로그와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즉시 공개하십시오. 데이터가 투명해지기 전까지, 40대 가장의 '합리적 의심'은 절대 거두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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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도설명(중국: ’18 –1,509 → ’20 +365 → ’21 –109 → ’22 –229 → ’23 –27 → ’24 +55 / 외국인 전체 ’24 +9,439), 2025-10-16. 보건복지부 대표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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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국인 건보 남용 아니라… 2020 –239→+365, 2023 –640→–27로 정정”, 2025-03-03.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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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중국인 건보 먹튀? 사실은 통계 오류였다”, 2025-03-02.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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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중국인 건보 ‘무임승차’ 진실은?”, 2025-10-15. M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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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메디컬 타이틀: 외국인 전체 ’24 +9,439억 및 중국 ’24 +55억 재확인(국감·의원실 자료).
- 근거·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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