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4,500 시대의 '진실 보고서' (총 3부작) 프롤로그& 1부
프롤로그: 친구의 카톡, 그리고 나의 침묵.
얼마 전, 정치색이 정반대인 친구 녀석에게서 카톡이 하나 왔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4,5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뉴스 링크였다. 곧이어 녀석의 들뜬 메시지가 도착했다.
"야, 봤지? 윤석열이 물러나니까 이제야 경제가 좀 도네. 환율도 1,440원으로 잡히고, 주가 날아가는 거 봐라."
나는 읽음 표시가 사라지기 무섭게 짧게 "그러네, 다행이다"라고만 답하고 대화창을 나왔다. 나이 쉰 줄에 접어드니, 굳이 친구와 정치 논쟁으로 얼굴 붉히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도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데이터를 까볼수록 확신은 더 굳어졌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이 거대한 변화는, 고작 대통령 한 명이 바뀌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윤석열이 물러나서도, 이재명이 잘해서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AI(인공지능)'**라는 거대한 해일과 **'미·중 자본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던져졌을 뿐이다.
오늘부터 3회에 걸쳐, 정치적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오직 **'숫자'**로만 대한민국 경제의 진짜 얼굴을 해부해본다. 화려한 4,500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진짜 주인을 찾아서 말이다.
1부. [착시] 코스피 4,500, 누가 쏘아 올렸나?
(부제: 전교 1등 두 명이 만든 평균의 함정)
1. 우리가 보는 숫자 vs 우리가 느끼는 현실 뉴스를 틀면 '역대급 호황' 타령이다. 지수가 4,500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 주식 계좌는 파란불이고, 동네 식당 사장님은 죽겠다고 한다. 도대체 이 괴리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의 4,500은 대한민국 경제의 성적표가 아니다. 전 세계를 덮친 AI 광풍을 등에 업은 '반도체 특수반(삼성, 하이닉스)' 아이들만의 잔치다.
2. [데이터] 그래프로 보는 '반도체 착시' 현상 말로만 하면 안 믿을 테니, AI가 분석한 그래프를 보자.
📊 [친절한 그래프 해설] 진짜 지수 vs 가짜 지수
빨간색 실선 (Actual KOSPI):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실제 코스피 지수입니다. 2024년 말부터 수직 상승해서 4,500을 뚫었죠? 이게 다 반도체 덕분입니다.
파란색 점선 (Real Economy):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딱 두 종목을 뺀 나머지 기업들의 지수입니다. 빨간 선은 날아가는데 파란 점선은 바닥을 기고 있죠?
회색 영역 (Illusion Gap): 이만큼이 전부 **'거품(착시)'**이라는 뜻입니다. 반도체 빼면 우리 경제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입니다.
3. [현장 르포] 파티장 밖은 이미 '재난 현장'이다
반도체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동안,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던 다른 기둥들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감성팔이가 아닙니다. 여기 잔혹한 숫자들이 있습니다.
📉 2차전지의 추락 (고점 대비 -50%의 충격): 불과 2~3년 전 "100만 원 간다"며 전국민을 열광시켰던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소재 기업들의 주가는 고점 대비 -50% 이상 폭락했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개미들의 피눈물이 가장 많이 고인 곳입니다.
🏭 석유화학의 몰락 (마진 '0'의 공포): 수출 효자였던 석유화학은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에 질식했습니다. 제품을 팔아 남는 돈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300불)을 한참 밑도는 200불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팔수록 손해라는 뜻입니다. 이로 인해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줄줄이 **강등(Negative)**되었고, 여수 산단의 밤은 어두워졌습니다.
🏗️ 건설과 내수의 붕괴 (폐업 도미노):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건설사의 원가율이 **95%**를 넘기면서, 집을 지어도 남는 게 없는 상황입니다. 이는 곧바로 내수 침체로 이어져, 2025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코로나 시기를 넘어섰습니다.
🧟 충격적인 숫자, 21.8% (금융위기보다 심각): 가장 소름 돋는 데이터는 이것입니다.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못 갚는 '한계기업(좀비기업)' 비율이 **21.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상장사 5곳 중 1곳은 사실상 뇌사 상태라는 뜻입니다. 반도체라는 짙은 화장으로 가려놨을 뿐, 대한민국 기업들의 기초 체력은 이미 바닥났습니다.
4. 결론: 정치인의 치적이 아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계속됐어도 AI 붐은 왔을 것이고 지수는 올랐을 겁니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가 어떤 정책을 폈든, 중국한테 밀리는 석유화학이나 전기차 캐즘을 막을 순 없었을 겁니다. 지금의 4,500은 정치 승리가 아니라, AI라는 시대적 파도에 올라탄 결과일 뿐입니다. 우리는 호황이 아니라, 극단적인 '양극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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